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성모님께 올리는 편지
    창작글/누군가에게 보낸 편지 2020. 5. 21. 17:50

    성모님께 올리는 편지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던 사순시기를 지나 부활의 기쁨을 노래하는 5월이 되었습니다. 수난과 부활은 어쩌면 우리들의 삶을 단 두 개의 단어로 요약한 듯 합니다. 그리고 그 수난과 부활의 중심에 예수님께서 계시고 성모님께서 계십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하고 성모송을 읊을 때마다 말합니다. 그러나 성모님의 삶은 고통 가득한 삶이었습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던 삶이었으면 성모님의 일곱가지 고통이라는 말이 있을까요?

    아기 예수님을 안고 성전에 봉헌하던 날, 시메온은 "당신의 마음은 칼에 꿰찔리듯 아플 것 입니다."하는 예언을 합니다. 그리고 그 저주처럼 들리는 그 예언은 실현되어 귀한 아들은 미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받다가 십자가에 못박혀 싸늘한 주검이 되어 성모 어머니 품에 안깁니다.

    어느 누가 제 몸으로 낳은 자식을 귀하게 여기지 않을 까요? 아무리 장성한 자식이라도 어머니 눈에는 방긋 방긋 미소 짓던 젖먹이로 보이는 게 모성인데, 그 귀여운 젖먹이가 채찍질로 얼룩져서 어머니 품 속에, 마치, 베들레헴 양떼 사이에서 미소 짓던 날처럼 다시 안기다니요. 그 상황에서 어느 누가 절규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성모 어머니께서는 빙그레 미소 지으셨습니다.

    그 강인한 모성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 인가요? 성모 어머니께서는 하루 아침에 그런 어머니로 태어나지는 않으셨습니다. 하루 하루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시면서 그 말씀 안에서 머무르셨을 것 입니다. 빨래를 하고, 밥을 하고, 청소를 하시면서도 항상 마음은 '하느님께서 지금 나에게 무엇을 원하시는가?' 스스로에게 물어 보셨을 것 입니다. 성모님께서는 평범한 엄마이시면서도 수도자이셨고 예수님의 스승이시면서도 열성적인 제자이셨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충실하게 살아내셨기에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는 인류의 구원자를 키워내셨습니다.

    오늘도 저는 아침에 남편을 위해 밥을 차립니다. 누군가 길에서 마주치면 인사를 합니다. 청소를 열심히 하다가도 조금 있으면 다시 더러워질 집을 보면서 마치 헛고생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그러나 누군가 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며 보이지 않는 부분을 채워주기에, 그 옆에 함께 사는 다른 누군가에게서 나의 주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위대한 업적이 완성되리라 믿습니다.

    성모님을 복된 분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성모님은 복 받은 분은 아니셨습니다. 복된 사람과 복 받은 사람은 분명 다릅니다. 우리는 누구나 복을 받기를 소망합니다. 저 조차도 그렇습니다. 거저 주어진 행복이 부럽습니다. 부유한 재벌가 사람들을 보면 부럽습니다. 서울대 나온 자녀를 둔 부모가 부럽습니다. 싹싹하고 참한 며느리를 맞이한 계모임 친구를 보면서 내 아들은 언제 결혼하나 싶기도 합니다. 여기 저기 자랑하고 다니는 귀여운 손주 사진이 부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성모님은 거저 복을 받은 분이 아니셨습니다. 오히려 박복한 여인이셨습니다. 남편을 일찍 보내고 홀로 외아들을 키웠더니 사형수가 되고 외아들이 남긴 제자들 뒷바라지에 고생하다 일생이 다 가버린, 복이 없어도 참 이렇게 없을 수가 있는가 하는 여인이셨습니다.

    그러나 성모님은 복을 만드는 분 이셨습니다. 예수님이 돌아가시고 로마병사들에게 쫓겨 다니던 시기에 열 두 제자들은 성모님을 만난 후, 절망에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고통을 은총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성령의 짝이신 성모님과 이야기 하다 보면 성령으로 가득 차 세상으로 뛰어 나갈 힘을 얻었습니다. 성모님은 누군가에게 축복이 되어주는 여인이셨습니다.

    "당신을 만났기에 내가 얼마나 복 받은 사람인지 몰라요."

    성모님을 만난 사람들은 성모님과 계속 연결되어 있기를 원했습니다.

    오늘 나는 내 주변의 사람에게 그러한 말을 들어봤는지 성찰해 봅니다.
    오늘 누군가에게 성모님이 되어주었는지 성찰해 봅니다.
    오늘 하루 평범한 일상을 충실히 살았는지 성찰해 봅니다.

    성모님을 사모하고 성모님처럼 살려고 애쓰시다가 성인성녀가 되신 분들을 기억합니다. 하늘 나라로 이어지는 지상의 순례 길, 온갖 꽃이 흐드러지는 5월의 꽃밭에 성모님께서 서 계십니다.

    굳이 교황청의 승인까지 아니더라도 이름 모를 들꽃 같은 성인성녀가 되고 싶습니다.

    이 세상에서처럼 하늘 나라에서도 예수님과 하느님과 성령님을 위해 일할 수 있다면 별게 아니라 그런 사람이 성인성녀가 아닐런지요^^...!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지금 이 순간부터, 제 마음을, 붙잡아, 주십시오.



    2014년 5월 27일
    사랑하는 성모님께

Designed by Tistory.